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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STORY #13 모놈 아주 오래된 그곳에 서서

SOUNDMUSEUM 2020.10.30
이번 디스토리에서는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전시에서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생생한 사운드로 한 편의 소리 영화를 들려주는 작가 모놈(MONOM)과 작품 〈Lost Spaces: Rainforest Variations〉를 소개드리겠습니다.


(위) 베를린 펑크하우스 외부 전경 © Nino V. Valpiani
(아래) 베를린 펑크하우스 내부 홀 © Anna Leevia

 모놈의 스튜디오는 베를린의 실험예술복합공간인 펑크하우스(Funkhaus)에 있습니다. 1950년대 독일민주공화국(GDR)의 라디오 방송 센터로 지어진 펑크하우스는 오늘날 실험과 혁신을 촉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는데요. 건물 내부에는 녹음실, 코워킹스페이스, 이벤트 홀 등이 있어 주로 음악에 중점을 둔 예술가들의 창작과 협업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위치한 모놈은 아티스트 런 스튜디오로 문화센터이자 사운드 연구소로 기능하며, 예술가들에게 실험적인 퍼포먼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레지던시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놈 스튜디오 © MONOM

 모놈은 파트너십을 맺은 4DSOUND와 협력해 이들의 독자적인 기술인 전 방향성 사운드 시스템을 플랫폼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공간 음향(spatial sound)의 표현적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어느 지점에서 소리를 들어도 일정한 수준의 청취 경험이 가능한 전 방향성 사운드 환경을 만들어내는 4DSOUND는 네덜란드의 선구적인 기술자들이 10년 이상에 거쳐 100명 이상의 아티스트와 협력해 연구하고 설계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소리를 3차원 공간 속 오브제로 모델링하고 측정해 오디오 홀로그램을 제작하는데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여러 소리를 조합한 후, 정교한 소리를 송출하는 멀티채널 스피커로 출력해 더욱 풍부한 공간 음향을 만들어냅니다. 모놈의 스튜디오에서는 48개의 전 방향 스피커를 사용한 4DSOUND 시스템으로 최대 400명을 수용하며 보다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는 음향적 환경을 구현합니다.



(위) 4DSOUND Animator Google I/O, 2019 © Andy Hoffman
(아래) Red Bull Music Academy, 2018, Saal1 Funkhaus © Thomas Meyer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전시에서 선보이는 모놈의 〈Lost Spaces: Rainforest Variations〉(2020)은 4DSOUND의 리얼한 음향 기술을 통해 관람객을 열대 우림 속으로 초대합니다. 이 작품은 모놈의 소닉 시네마(Sonic Cinema) 프로그램에서 선정했으며, 음향 생태학자이자 사운드 레코딩 엔지니어인 고든 헴튼(Gordon Hempton)을 비롯한 다양한 음향 예술가들과 모놈의 협력으로 제작되어 디뮤지엄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초연하고 있습니다.



〈Lost Spaces: Rainforest Variations〉, 전시 설치 전경 © D MUSEUM

점점 사라져가는 자연환경에 관한 시리즈 중 하나로 열대 우림에 대한 부분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직접 열대 우림에서 채취한 음향 샘플들을 담고 있는데요. 협력자 중 한 명인 고든 헴튼은 지난 35년간 대초원, 해안선, 산, 숲, 곤충, 개구리 소리 등 지구상에서 소멸해가는 자연의 음향을 녹음하고 보존해왔습니다. 모놈의 공동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윌리엄 러셀(William Russell)은 이 음향의 녹음 파일을 직접 편집해 오디오 홀로그램으로 만들었는데요. 단순히 녹음된 자연의 소리가 아닌 기승전결의 형태를 이루는 흐름을 가진 음향 영화로 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품 초반은 고요한 일출로 시작해 평화로운 곤충과 새 소리와 잔잔한 바람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입혀지며, 실제 열대 우림에서 들릴 법한 생생한 소리가 들리는데요. 일출과 일몰을 지나 사나운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나오면 점점 불안한 분위기로 바뀌며 바람이 서서히 거대한 폭풍우로 변합니다. 이후 한바탕 쏟아지는 빗소리가 잦아들면 이내 습기를 먹은 고요한 숲속으로 다시 돌아오는데요. 전시장의 천장과 바닥에 설치된 18개의 스피커와 4개의 서브 우퍼를 통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음향의 변주는 극사실적 청취 경험을 선사합니다.



〈Lost Spaces: Rainforest Variations〉 © D MUSEUM

모놈의 디렉터 윌리엄 러셀은 작품을 감상할 때 실제 자연에 온 듯 행동해 보라고 하는데요. 숲속을 거닐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가 보인다면, 그곳에 잠시 앉아 주변을 둘러보듯 걸어도 보고 잠시 앉거나 또는 누워서 편안하게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혹은 눈을 감아 볼 수도 있습니다. 온몸으로 사방에서 쏟아지는 소리에 몰입해 보세요.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소리에 집중해 본다면 그 안에서 다양한 감정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잠시 서울이라는 도시를 잊고,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볼 수도 있죠. 잊혀 가는 자연 생태계의 소리를 들으며 환경 보호에 대해 다시금 상기해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사운드스케이프 생태학자인 버니 크라우스(Bernie Krause)는 “한 장의 그림이 천 마디 말의 가치가 있다면, 하나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천 장의 그림의 가치가 있다.”라고 하는데요. 모놈이 제시하는 〈Lost Spaces: Rainforest Variations〉를 통해 보다 리얼한 사운드 체험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제안 드립니다. 다음 디스토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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