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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STORY #11 도론 사제 이곳에 침묵을 불러와

SOUNDMUSEUM 2020.09.29
지난 디스토리에서는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참여 아티스트인 도론 사제(Doron Sadja)에 대한 작가 소개와 키네틱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작업 〈We Are Never 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요. 이번 디스토리에서는 사제의 두 번째 작품인 〈The Sound of Light in a Silent Room(고요한 방 빛의 소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혹시 〈고요한 방 빛의 소리〉라는 작품명이 조금 의아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시각 신경에 작용하는 전자기파인 ‘빛’에는 소리가 없는데 작품을 ‘빛의 소리’라고 부르는 작가의 의중이 궁금하실 것 같네요. 도론 사제는 빛과 소리를 탐구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두 요소 모두 진동이 있다는 점에 집중했죠.


베를린 공과대학에 있는 무반향실
〈The Sound of Light in a Silent Room〉, 2017 ⓒSedlar & Wolff

물론 소리의 진동과 빛의 진동은 같지 않습니다. 소리의 진동은 그것이 발생하는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공간의 마감재나 구조에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되죠. 이를테면 성당이나 교회처럼 층고가 높은 곳에서는 울림이 강해집니다. 그 반대로 소리의 울림을 극적으로 줄여 소거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바로 무반향실이라 부르는 특별한 공간이죠. 무반향실은 바닥, 천장 및 주위의 벽이 모두 흡음재로 이루어져 음향의 반사가 극도로 짧도록 설계된 방입니다. 무반향실은 영어로는 ‘Anechoic Chamber’라고 하는데요, 에코가 없는 방이라는 뜻이죠. 위 사진을 한 번 보실까요? 촘촘한 구조로 시공된 회색 흡음재가 방 전체의 소리를 흡수하는 원리랍니다.

 

무반향실 제작과정 ⓒ D MUSEUM

그 무반향실을 디뮤지엄에서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가 2017년에 베를린 공과대학의 무반향실에서 발표했던 작업을 발전 시켜 새로운 버전으로 여러분께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전시장에 무반향실을 시공하기 위해 큐레이터들도 무반향실에 직접 가보고 리서치를 진행했습니다. 보통 산업에서 쓰이는 무반향실은 기계의 소음이나 음향 성능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따라서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소리의 반향 역시 완벽하게 흡수하죠. 1951년에 현대 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가 무반향실에서 자신의 혈관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서술한 유명한 일화도 있는데요, 고요한 공간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 흔히 생각하지만 절대적인 정적 속에서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고 해요. 하지만 미술관에서 경험하실 무반향실은 고통스러운 공간이 아닙니다. 소리가 있는 전시작들을 경험하는 길에 심어둔 고요함이자 리드미컬하게 깜박이는 빛을 응시하며 눈으로 리듬을 인지하게 만든 공간이죠.




〈The Sound of Light in a Silent Room〉전시설치 전경
위 ⓒ D MUSEUM 아래 ⓒ Doron Sadja

완성된 작업을 보실까요? 이 공간에는 소리와 빛의 작가인 도론 사제의 스타일이 그대로 투영되어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이 발현됩니다. 각각 48개의 빛을 낼 수 있는 12개의 LED 램프가 설치되어 있고,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빛을 개별로 조절해서 다양한 그림자를 연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흡음재의 규칙적인 배열과 구조가 강렬한 색조의 빛과 만나며 공간의 명암을 화려하게 변화시키죠.



〈The Sound of Light in a Silent Room〉전시설치 전경 부분 ⓒ D MUSEUM

작가는 이 작품을 구석에 서서 감상하기를 권합니다. 가장 고립된 곳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빛과 그림자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지요. 방이 빛으로 진동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이 공간의 구조와 다양한 장면들을 세심하게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 장소에서만 특별히 느낄 수 있는 몰입의 경험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번 디스토리에서는 소리가 반사되지 않는 방에 빛과 색의 변화를 디자인해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 도론 사제의 작품 〈The Sound of Light in a Silent Room〉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앞선 〈We Are Never 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공간에서 모든 소리와 빛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 방에서는 소리 없이 오직 빛과 공간만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소리, 빛, 공간 간의 변주를 통해 평소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감각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디스토리에서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학제적 콜렉티브 랩212(Lab212)의 피아노를 사용한 인터랙티브 아트 작업 〈Portèe/〉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며 다음 디스토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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